토요타 생산 시스템의 비밀: 프로세스 파워 (Process Power)

제너럴모터스가 토요타 생산시스템(TPS)을 알고도 따라 하지 못한 이유

토요타 생산 시스템의 비밀: 프로세스 파워 (Process Power)

20000%

1969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의 토요타(Toyota)가 점유한 시장은 0.1%에 불과하지만,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 GM)의 점유율은 무려 48.5%에 육박했다. 아래 그래프는 45년이 흘러 2014년에 다시 들여다본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다.

(C) 7 Powers book.

그래프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듯, 토요타는 GM과 Ford, Chrysler – 즉, 미국 시장에서, 미국 디트로이트 3대 자동차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본 회사가 되어 있었다. 토요타가 45년간 20,000%에 가까운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GM의 점유율은 20% 아래로 완전히 무너졌다. 북미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오늘날 토요타의 입지는 절대적이다.

GM이 알고도 도입 못 한 토요타 생산 시스템 (Toyota Production System; TPS)

1960년대 GM은 세계에서 '가장' 경영을 잘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진 회사였다. 그런 회사가 불과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80년대에 들어서면서 토요타에게 주도권을 내주기 시작했고 GM의 경영진은 급기야 토요타와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고 토요타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NUMMI 라는 합작회사를 만든다.

GM에게 NUMMI의 존재 목적은 명확했다. 토요타의 생산 방식을 전수 받아 GM에 이식하는 것. 그렇게 NUMMI는 미국 캘리포니아 프레몬트에 생산 공장을 세우고 토요타는 생산 직원들을 NUMMI에 파견하게 된다.

NUMMI의 첫 출발은 순조로웠다. 처음에는 NUMMI 공장 역시 일본에 있는 토요타 공장처럼 고품질의 차량을 빠른 속도로 생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NUMMI 공장은 실패로 돌아갔다. 일본 토요타 공장의 발뒤꿈치도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NUMMI에 파견된 토요타 직원들은 토요타의 생산 방식을 숨김없이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르쳐주었고, GM은 가르쳐주는 대로 했지만, 목표했던 생산량과 품질이 나와주지 않았다.

놀라운 사실은 NUMMI 프로젝트의 실패는 GM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토요타 생산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의문이 드는 점은 수많은 기업이 토요타 생산 방식을 도입하였지만 대부분이 토요타를 따라잡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토요타는 처음부터 그들의 생산 방식을 세상에 숨김없이 공개하고 다른 기업들이 미국과 일본에 있는 토요타의 생산 공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는데도 말이다."

GM은 돈과 자원도 많았고, 토요타에게 비법을 전수 받을 의지도 컸다. 게다가 토요타 역시 GM에게 토요타 생산 방식을 전수해주고자 했다. 토요타의 동의까지 얻어 제대로 전수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왜 GM은 토요타의 생산 방식을 도입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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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토요타 생산 시스템

Toyota Production System. 출처

겉면만 보면 토요타 생산 시스템(TPS)은 명확한 룰과 절차로 구성되어 있다. Just-In-Time (JIT; 적기공급생산), 카이젠(개선), 칸반(간판 - 재고 관리), 안돈(생산 관리 직원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시 생산 라인을 전면 중지하는 것) 등 매뉴얼처럼 명확하고 따라 하기 그리 어렵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GM의 직원들은 이에 토요타 생산 시스템을 그대로 복제해서 GM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진짜" 토요타 생산 시스템은 겉으로 드러나는 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깊었다. 캘리포니아주 밴 나이스(Van Nuys)시에 위치한 GM 제조 공장장이었던 Ernie Shaefe의 경험담을 보면 토요타 생산 시스템의 복잡도를 잘 이해할 수 있다.

"NUMMI 공장이 가동될 당시 (GM 직원 중에는) 토요타 생산 시스템의 생리를 이해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런데, 토요타 쪽의 직원들은 우리가 그쪽 공장을 견학하거나 그들로부터 배우거나, 심지어는 여러 사람을 붙잡고 이것저것 묻는 것을 제지한다거나 불편해하지 않았죠.

당시 저는 그 점이 굉장히 의아스러웠습니다. 어떻게 모든 것을 그렇게 공개할 수 있었는지. 인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들은 우리가 전혀 엉뚱한 질문들만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우리는 토요타 생산 시스템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거죠. 우리는 플로어(floor)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립 공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생산 라인에서 미시적인 것만을 알고자 했어요. 그렇지만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TPS 전체에서 보면 매우 작은 부분이에요.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는 관점을 알지 못했던 겁니다."

우리는 여기서 어떤 미지의 Barrier의 존재를 알 수 있다. 토요타의 생산 방식은 GM 및 다른 경쟁사들이 '알고도' 따라하지 못하는 어떤 Power인 것이다. 또한 TPS를 통해 토요타는 월등한 제품을 훨씬 더 저렴한 비용에 생산할 수 있는 Benefit을 얻는다.

오늘 토요타는 $200B가 넘는 시가총액을 보유한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것을 보면, 이 Power는 다른 어떤 Power보다도 훨씬 더 강력하고, 희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프로세스 파워: 일곱 번째 파워

프로세스 파워(Process Power)란?

토요타의 생산 방식(TPS)은 매우 희귀한 Power이다.

프로세스 파워의 정의

프로세스 파워(Process Power): 특정 기업 조직과 기업활동 방식이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게 하거나 월등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하는 것. 프로세스 파워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오랜 시간에 걸친 지속적인 투자와 확신을 유지해야 만 가능하다.

Embedded company organization and activity sets which enable lower costs and/or superior product, and which can be matched only by an extended commitment.

프로세스 파워의 Benefit & Barrier

7 Powers 용어 복습하기 👉 전략의 본질

프로세스 파워의 BenefitBarrier는 다음과 같다.

  • Benefit: 월등한 제품을 생산하거나, 생산 비용을 절감하거나, 둘 다 할 수 있다.
  • Barrier: 프로세스 파워를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력현상, hysteresis).

Benefit: 월등한 제품, 생산 비용 절감

프로세스 파워를 갖춘 기업은 어떤 특정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경쟁사보다 훨씬 월등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토요타의 경우, 토요타는 TPS를 통해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해서 일정한 고품질의 자동차를 양산하면서도 비용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새로운 직원들이 토요타에 입사하고 기존 직원들이 은퇴하거나 인사변동이 있더라도, TPS는 사라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있다.

Barrier: 프로세스 파워를 갖추는 데 필요한 오랜 시간과 투자

프로세스 파워의 Barrier는 (브랜드와 동일하게) 이력현상 (Hysteresis)이다. 오랜 시간 동안 회사가 성장하며 갖추게 되는 경험과 노하우 등을 축적하고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끊임없는 투자를 이어와야만 갖출 수 있는 Power이다.

두 가지 면에서 프로세스 파워의 이력현상은 기업이 Barrier를 갖출 수 있게 한다.

복잡도(Complexity)
자동차 생산은 매우 복잡한 공정과정을 거친다. 자동차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만 개의 부품이 필요한데, 자동차 회사들은 수많은 부품을 공장시설로 조달하고, 조립한 다음 딜러 등으로 유통해야만 한다. 자동차 공정과 유통은 복잡한 공급망(supply chain) 체계에 의존한다.

이렇게 복잡한 공급망의 효율을 개선하는 일은 당연히 한 번에 되지 않는다. 효율 개선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만 가능한 일이고, 때에 따라 아예 불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불투명함(Opacity)
토요타 생산 방식을 보면 토요타 직원들 모두가 알고 있지만, TPS가 딱히 명문화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TPS는 수십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토요타 사내 DNA에 이식된 암묵적 생산 방식이자 문화 그 자체인 것이다. TPS는 top-down 방식으로 수뇌부에서 결정해 정립된 생산 방식이 아니라, 생산 라인에서 직접 조립하는 직원들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bottoms-up), 특별한 '플레이북'이나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토요타마저도 TPS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들은 토요타의 협력업체(suppliers)들에 TPS를 전수하는데도 자그마치 15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GM의 NUMMI 프로젝트 역시 TPS는 토요타 사내의 암묵적 지식임을 잘 알려주는 사례다. 토요타 역시 NUMMI 프로젝트를 통해 TPS를 알려주고 싶었으나 실패했다.

프로세스 파워와 전략(Strategy)

전략(Strategy)과 전략(strategy) 복습하기 👉 전략의 본질

우수한 운영(Operational Excellence) vs. 프로세스 파워(Process Power)

"Porter's Five Forces"로 유명한 하버드 마이클 포터 교수는 예전에 "우수한 운영(Operational Excellence)은 전략이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7 Powers 에서도 우수한 운영(Operational Excellence; 운영탁월성이라고도 한다)은 전략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수한 운영과 프로세스 파워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우수한 운영은 "전략의 본질의 수식"(Fundamental Equation of Strategy)에서 ms를 증가시키지 않는다. 더불어 우수한 운영은 전반적으로 경쟁사가 (돈을 들인다면) 충분히 복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수한 운영이란 기업의 핵심 활동의 퍼포먼스 최적화를 말한다. 예를 들어, 물류 기업에 우수한 운영은 빠른 배송과 효율적인 물류 센터이고 영화 제작사나 방송사에게 우수한 운영은 빠른 편집과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방송 편성일 것이다.

그렇다면 토요타 생산 방식(프로세스 파워)도 우수한 운영 범주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많은 부분에서 우수한 운영과 프로세스 파워는 공통점이 많지만, Benefit 만 공유하지, Barrier 는 프로세스 파워만이 갖추고 있다. 앞서서 말했듯, 우수한 운영은 경쟁사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다. 프로세스 파워는 7 Powers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Power이다. 그 이유는 바로 우수한 운영(=프로세스 파워의 Benefit)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자신만의 우수한 운영 방식을 따라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Barrier)는 매우,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한들, 아무리 노력한들 TPS와 같은 프로세스 파워를 따라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들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제너럴모터스의 NUMMI 프로젝트를 보면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프로세스 파워는 우수한 운영(Operational excellence; Benefit) + 이력현상(Hysteresis; Barrier)이다.

Process Power = Operational Excellence + Hysteresis

따라서 7 Powers의 저자인 해밀턴 헬머(Hamilton Helmer)역시 마이클 포터 교수의 말처럼 "우수한 운영은 전략이 아니다."라는 말에 동의한다. 우수한 운영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우수한 운영 자체만으로는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충분하지 않다.

경험 커브(Experience Curve)

경험 커브는 예전에 전략컨설팅 회사 Boston Consulting Group 과 Bain & Company에서 많이 회자하던 개념이다. 경험 커브란 수많은 회사를 지켜본 바로는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경험") 생산하는 물건 1개당 제조 비용이 70%~85% 정도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Slope (%)).

(C) 7 Powers book.

위 히스토그램에서 108개 샘플의 슬로프 중 60%는 70-85%대에서 경사가 가장 높았다. 이 그래프를 보면 프로세스 파워가 앞서서 설명한 것만큼 희귀한 요소가 아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희귀한 파워가 아니라 오히려 누구나 '경험'을 쌓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위 히스토그램과 같은 데이터는(BCG와 Bain & Company에서 설명하는 경험 커브) 오직 시간이 흐르며 얻는 이익, 즉 우수한 운영으로 인한 비용절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데이터에서 간과하는 것은 특정한 시점에서 여러 개의 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각각 운영하며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경험 커브 기반으로만 생각하면 어느 한 시점에든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들어가는 비용의 차이가 없고 이익은 모든 회사가 비슷하게 가져간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경험 커브는 파워(Process Power)를 설명할 수 없다. 다만 마이클 포터 교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수한 운영은 전략이 아니다." 명제를 확인한다.

루틴(Routine)

경제학자 Richard R. Nelson은 그의 저서 An Evolutionary Theory of Economic Change에서 "혁신(innovation)은 탑다운(top-down)의 계획과 실행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boundedly radical) 내리는 대리인들(agents)로부터 발생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혁신은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우리 이제부터 혁신한다!"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경우 어떤 특정 루틴 (routine)이 반복되면서 혁신의 틀이 갖춰진다.

7 Powers의 완성

프로세스 파워를 끝으로 우리는 7 Powers를 하나의 차트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아래). 이제 다음 챕터부터는 전략 정역학(Dynamics)를 알아볼 차례다. 전략 정역학은 "기업은 어떻게 7 Powers 를 갖추게 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이 글은 7 Powers: 전략의 본질 프로젝트의 일부이며, 저자 Hamilton Helmer의 프레임워크 7 Powers와 그의 책 7 Powers: The Foundations of Business Strategy를 요약하고, 추가 해설을 조금 덧붙혔습니다. 전체 프로젝트 페이지로 가면 다른 챕터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체 목차/Table of Contents

  1. 7 Powers: 전략의 본질
  2. 전략의 본질(Foundations of Strategy)
  3. 7 Powers: 전략 정역학(Strategy Statics)
    3.1. Scale Economies (규모의 경제)
    3.2. Network Economies (네트워크 경제)
    3.3. Counter-Positioning (카운터 포지셔닝)
    3.4. Switching Costs (전환 비용)
    3.5. Branding (브랜드)
    3.6. Cornered Resource (고유 자원)
    3.7. Process Power (프로세스 파워) (본 글)
  4. 전략 동역학(Strategy Dynamics)
    4.1.1 Path to Power(파워로 가는 길) I
    4.1.2 Path to Power(파워로 가는 길): Invention II
    4.1.3 Path to Power(파워로 가는 길): Compelling Value III #준비중!
    4.2. Power Progression #준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