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is the first test: there is no permanent place in this world for ugly mathematics."

"아름다움은 첫 번째 관문이다. 이 세상에 못 생긴 수학이 설 자리는 없다."
– G.H. Hardy, A Mathematician's Apology

많은 사람이 '취향'은 주관적이라고 얘기한다. 물론 사람마다 각자 선호하는 것이 다 다르고, 취향을 많이 반영하면 할수록 보편적 관점에서 많이 벗어나게 된다. 취향이 주관적이라면, "좋은 디자인"에 대한 기준 역시 주관적이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Y Combinator의 창립자이자 1세대 클라우드 서비스 Viaweb을 창업해서 Yahoo!에 매각한 폴 그래햄(Paul Graham)은 그의 2004년 저서인 Hackers & Painters에서 좋은 디자인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분명히 있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좋은 것'에 대한 관점은 각자 다른 것이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배워 왔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교육받으면서도 미술관을 견학할 때면 다 빈치의 그림은 "좋은 것"이라고 동시에 배웠다.

폴 그래햄은 "어떤 사물에 대한 생각과 평가가 서로 다를 때 논쟁을 피하는 좋은 방법은 'taste is just personal preference' (취향은 각자 다르니까,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우리가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순간은 우리가 직접 어떤 것을 디자인할 때라고 얘기한다.

만일 취향은 각자 다르니까 디자인에 좋고 나쁜 것이 없다고 얘기한다면,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서 논의를 할 필요가 없다. 모두의 디자인은 이미 완벽하니까.

그러나 분명 우리가 선호하는 것에 보편적인 "좋음"에 대한 기준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 폴 그래햄이 언급했던 것처럼 다 빈치의 그림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그가 얘기하는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14가지 요소를 알아보자.

1. 좋은 디자인은 단순하다. (Good design is simple.)

"Less is more."

우리가 좋은 디자인을 생각할 때 머릿속에 가장 많이 떠오르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단순한 디자인이며 이 관념은 수학과 그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수학에서도 짧은 증명이 주로 더 좋은 증명이고, 그림에서도 조심스럽게 고른 색으로 조심스럽게 한 가지 대상을 그려낸 그림이 이 색 저 색 모두 넣어 이것저것 그린 그림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글 역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짧게 전달하는 것이 더 좋은 글이다.

"단순함을 강제하면, 정말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직면할 수 있게 된다. 장식을 아예 전달할 수 없다면, 본질만을 전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 좋은 디자인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Good design is timeless.)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디자인으로 평가받기 어려운 것들은 애초부터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좋은 디자인은 시기적 유행을 타지 않는다. 그렇기에 디자인이 시간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유행하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제시해야만 한다.

이상하게도 미래 세대를 위한 좋은 디자인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이전 세대를 위한 좋은 디자인을 해보는 것이다. 이전 세대를 위한 디자인을 하면, 지금의 유행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3. 좋은 디자인은 옳은 문제를 해결한다. (Good design solves the right problem.)

좋은 디자인은 옳은 문제를 해결한다. 많은 산업적 디자인은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보편적인 가정용 가스레인지(stove)에는 4개의 버너가 있고 각 버너를 조작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 이 스위치를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맞을까? 가장 단순한 방법은 순서대로 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방법은 잘못된 문제를 해결한다. 순서대로 스위치가 배치된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사람은, 아마 사용할 때마다 순서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순서대로 배치하는 것보다 4개 버너의 배치대로 4개의 스위치를 두는 것이 더 낫다.

4. 좋은 디자인은 제안한다. (Good design is suggestive.)

La joconde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Mona Lisa에 대해 무수히 많은 해설과 의견이 있다.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디자인이다.

예시로, 좋은 건물은 사람들이 쓰고자 하는 대로 쓸 수 있는 건물이지, 건축가가 의도한 대로 써야만 하는 건물은 좋은 건물이 아니다.

소프트웨어에서는 레고(Lego)처럼 사용자에게 기본적인 구성을 제공하고, 사용자가 알아서 자기 용도에 맞게끔 쓰게 하는 것이 좋은 예시일 것이다.

5. 좋은 디자인은 재밌다. (Good design is often slightly funny.)

좋은 디자인이 항상 재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조 포르쉐 911은 재밌는 디자인이다.

1973 Porsche 911. ClassicCars

유머(humor)는 힘과 연결되어 있다. 유머가 있으려면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머가 있으려면 불운을 떨쳐낼 만큼 강인해야 하고, 유머를 잃게 되는 순간은 상처를 입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좋은 디자인이 무조건 재밌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없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6. 좋은 디자인은 하기 어렵다. (Good design is hard.)

위대한 일을 한 사람들은 공통으로 모두 열심히 일했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있다면, 당신은 아마도 시간 낭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어려운 문제는 위대한 노력을 요구한다.

또한 모든 어려움이 좋은 어려움은 아닐 것이다. 좋은 어려움이 있고, 나쁜 어려움이 있다. 좋은 어려움은 당신을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어려움일 것이고, 나쁜 어려움은 맨발로 못을 밟는 어려움과 같은 어려움이다.

디자이너에게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은 좋은 어려움이지만, 변덕스러운 클라이언트는 나쁜 어려움이다.

바우하우스(Bauhaus) 디자이너들이 "form follows function"(형태는 기능을 따른다)이라는 관념을 받아들였을 때, 그들이 받아들인 것은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형태는 기능을 따라야 한다"에 더 가깝다. 기능이 아주 어려우면, 형태는 기능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기능이 복잡하고 어렵다면, 형태에서의 오류를 용인할 만큼의 여지는 없게 되니까. 야생 동물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려운 삶을 살기 때문이다.

7. 좋은 디자인은 쉬워 보인다. (Good design looks easy.)

위대한 운동선수들처럼, 좋은 디자인은 쉬워 보인다. 물론 대부분 착각이다. 글쓰기에서도, 잘 읽히고, 따라가기 쉬운 글은 여덟 번째 수정 즈음에서야 써진다.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위대한 발견은 대부분 너무 쉽고 간단해서 "저 정도는 나도 발견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중에는 선(line) 몇개 그린 게 전부인 그림도 많다. 그 그림을 보고 "나도 그릴 수 있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 빈치의 그림을 위대하게 만든 점은 그 선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정확히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는 선이 아주 미세한 각도로 틀어지면 더 이상 완벽한 그림이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분야에서 '쉬워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연습을 거쳐야 한다.

8. 좋은 디자인은 대칭이 잡혀있다. (Good design uses symmetry).

좋은 디자인은 균형 잡힌 디자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도 매우 대칭적이다. 두 가지 대칭이 있는데, 하나는 반복(repetition)이고, 다른 하나는 귀환(recursion)이다. 귀환(recursion)은 어떤 특정 사물의 하위요소가 반복하는 것이다. 나뭇잎에 새겨진 줄기가 양쪽으로 대칭을 만들면서 반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Street view of Eiffel Tower
Eiffel Tower. 탑위에 탑이 쌓여있다.

9. 좋은 디자인은 자연을 닮았다. (Good design resembles nature.)

자연을 닮는다는 것은 가장 본질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보고 듣는 것이 있으면, 당신의 손 역시 일을 할 것이다. 공학에서도 자연을 많은 부분 받아들인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study of a rearing horse, 1481-99. Eyes of my eyes.

10. 좋은 디자인은 다시 디자인하는 것이다. (Good design is redesign.)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전문가'들조차 초기 작업물 몇 개는 버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see Early Work) 다시 말해서, 변화를 위한 계획을 계획한다는 얘기다.

작업물을 버리기 위해서는 큰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내가 받은 영감은 이것보다 더 큰 것이다” (there's more where that came from)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림을 처음 그릴 때면 고쳐야 하는 부분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고치려고 하다 보면 지금보다 더 허접한 그림을 만들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대신에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합리화를 하기 시작한다. "이 정도면 잘 그린 거야."

위험하다. 사실 당신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케치를 보면, 5번, 6번 정도의 시도 끝에 그린 스케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포르쉐 911의 독보적인 후면 디자인은 매우 어색하고 이상한 프로토타입을 다시 재디자인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실수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실수를 재앙처럼 받아들이지 말고, 대신 쉽게 실수를 발견할 수 있게끔 만들어라. 그리고 쉽게 고칠 수 있게끔 만들어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그렇지 않은 소프트웨어보다 버그가 더 적은 이유는 버그의 가능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11. 좋은 디자인은 모방한다. (Good design can copy.)

초심자는 알지 못한 채 베낀다. 중급자가 되면 스스로 창조하려고 시도하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틀린 디자인을 하지 않는 것이 창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알지 못한 채 베끼는 것은 대부분 나쁜 디자인의 지름길이다. 어디에서부터 당신의 영감이 오는지 모른다면, 당신은 아마도 모방자를 모방하는 것일 뿐이다.

야망 있는 사람은 모방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안목을 넓히는 두 번째 단계는 의식적으로 창조를 시도하는 것이다.

숙련자는 이미 밝혀진 답을 다시 찾으려 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이미 찾아 놓은 답이 있다면, 그 답을 취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12. 좋은 디자인은 대게 이상하다. (Good design is often strange.)

좋은 디자인을 만들려고 하다 보면, 독보적인 것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미켈란젤로는 "미켈란젤로답게" 그리지 않았다. 그는 그저 좋은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했을 뿐이고, 그게 바로 미켈란젤로다운 것이었다.

의미 있는 "스타일"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저 행해질 뿐.

13. 좋은 디자인은 한꺼번에 나타난다. (Good design happens in chunks.)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 도나텔로 등이 모두 밀라노가 아니라 플로렌스에 모였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밀라노는 당시에 플로렌스 만큼이나 발달한 도시였다. 밀라노 화가 중에 기억나는 화가가 몇 명이나 있는가?

15세기 플로렌스는 이 관점에서 매우 특별했다. 그리고 이 특별함은 분명 유전적이거나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플로렌스는 그렇지 않으니까. 밀라노에 태어난 사람들과 플로렌스에 태어난 사람들과 유전적으로는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디자인을 얻기 위해서는 1450년의 플로렌스가 필요하다. 비슷한 문제를 풀기 위해 유능한 인재들이 모인 곳은 그 어떠한 곳보다도 더 강력하다. 독일의 바우하우스, 뉴욕의 맨해튼프로젝트, 실리콘밸리의 제록스 파크.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곳들을 찾아다녀야 한다. 혼자서는 좋은 디자인을 만들 수 없다.

14. 좋은 디자인은 도전적이다. (Good design is often daring.)

오늘날의 실험적인 오류는 내일의 새로운 이론이 된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미 진실로 밝혀진 것을 관념을 보는 것보다 진실과 관념이 일치하지 않는 영역을 탐구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것보다는, 못생긴 것을 찾아내는 게 훨씬 더 쉽다.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 낸 사람들은 못생겼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름답게 바꾼 사람들이다.

위대한 일은 언제나 누군가가 "내가 해도 저것보단 잘하겠다"라고 생각한 것으로 시작된다.

물론 못생긴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못생긴 것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점점 더 깊게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저것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어"라는 생각이 많이 들 것이다. 이 생각을 무시하지 말고, 더 개발하고 연구해라.

위대한 일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레시피는 바로 까다로운 안목이고, 그리고 그 안목을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Paul Graham's 14 Principles of Good Design

1. 좋은 디자인은 단순하다. (Good design is simple.)
2. 좋은 디자인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Good design is timeless.)
3. 좋은 디자인은 옳은 문제를 해결한다. (Good design solves the right problem.)
4. 좋은 디자인은 제안한다. (Good design is suggestive.)
5. 좋은 디자인은 재밌다. (Good design is often slightly funny.)
6. 좋은 디자인은 하기 어렵다. (Good design is hard.)
7. 좋은 디자인은 쉬워 보인다. (Good design looks easy.)
8. 좋은 디자인은 대칭이 잡혀있다. (Good design uses symmetry).
9. 좋은 디자인은 자연을 닮았다. (Good design resembles nature.)
10. 좋은 디자인은 다시 디자인하는 것이다. (Good design is redesign.)
11. 좋은 디자인은 모방한다. (Good design can copy.)
12. 좋은 디자인은 대게 이상하다. (Good design is often strange.)
13. 좋은 디자인은 한꺼번에 나타난다. (Good design happens in chunks.)
14. 좋은 디자인은 도전적이다. (Good design is often da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