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다양한 지식을 학습하고 보존하는 방법들 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이유는 책을 읽는 동안 독자가 생각하고, 상상하고, 정리한 지식을 차곡차곡 곳간에 곡식을 채워 넣듯이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빠르고 확실하게 배우기 위해서는 일단 책을 읽어야 한다.

더닝 크루거 법칙대로,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지식을 쌓다 보면 아직도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더욱더 다양한 지식을 쌓기 위해 더 빠르게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렇게 욕심을 내다보면 겉핥기식으로만 배우거나 아예 머리에 입력되지 않은 채 지식을 스캔하는 정도가 되어버리곤 한다.

빠르게 책을 읽는다고 해서 지식이 쌓아지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온라인 강의를 보고 또 본다고 해서 강의 내용이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새삼 ‘천천히’ 공부하는 것이 역설적이지만 지식을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쌓는 길임을 요즈음 깨닫고 있다.

느리게 읽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왜일까?


미국에는 최근 책 1권을 15분 분량으로 요약한 콘텐츠가 유행을 끌고 있다. 나는 이러한 콘텐츠에 정말 치명적인 단점(flaw)이 존재한다고 보는데, 이런 요약본을 보고 듣는 것으로는 지식의 실질적인 내재화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빨리 읽는 것, 듣는 것 등으로 책 자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끝낼 수는 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었다고 해서 지식이 쌓이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지식을 내재화(Internalize)하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지식의 전달이 완료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내 경험상 요약본을 봐서는 절대로 내 지식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것 같다.

미국의 현대 철학자 모티머 J. 아들러의 1972년 책 How to Read a Book은 "intelligent reading"에 대한 클래식 가이드다. 아들러는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와는 동명이인이다.) 본문에서 “지식을 가장 잘 습득하는 방법은 그 지식을 ‘처음’ 생각하고 마스터한 사람으로부터 직접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리되고 핵심을 간추린 요약을 습득하는 것보다 원본 책을 직접 읽는 것이 훨씬 더 장기적 지식 습득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내가 여태 쌓은 지식의 대부분은 나름 긴 시간 동안 책을 보고 밑줄 치고, 내용을 이해하고 소화하고, 저자의 주장에 대해 곱씹으면서 생산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아들러가 말한 것처럼, 요약본을 백날 봐봤자 원본을 한 번 보는 것보다 덜한 것은 나의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확인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미국 속담 중에 “you can’t have your cake and eat it too”라는 말이 있다. ‘둘 다 가질 수는 없다’는 뜻인데, 이 말처럼 빠르게 배우는 것과 제대로 배우는 것을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것 같다. 책을 1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느리게 읽더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고, 대신 학습 속도 자체를 높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 속도와 학습 속도는 엄연히 다르다)

그래서 나는 1년에 100권을 읽었다, 1,000권을 읽었다는 사람들을 일단은 의심하고 보는 편이다. 주 40시간을 책 읽기에 쏟지 않았다면 읽은 책의 지식이 고스란히 자기의 지식이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현인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 하루에 5~8시간을 독서에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본업이 존재하는 사람들이 100권, 1,000권을 읽었다는 주장은 무리에 가까워 보인다. 그들 중 대부분은 읽더라도 그저 문자를 읽은 것이지 지식을 쌓아 정리하고 해석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남들보다 학습력이 뛰어날 수는 있다. 빌 게이츠의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테리를 보면, 빌 게이츠는 1시간에 150장을 읽는다고 한다. 일반 사람들도 150장을 1시간 안에 읽으라 하면 누구나 읽을 수는 있다. 그러나 게이츠가 1시간 동안의 독서를 통해 그의 머리에 저장된 지식의 양은 내가 같은 시간 동안 저장한 지식의 양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따라서 빠르게 학습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에 달린 것. 다행인 것은 이 부분은 충분히 시간을 두고 연습할 수 있다. 학습 속도를 높이는 데는 학습에 시간을 투자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내 집중을 온전히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구체적인 연습 방법은 내가 올해 읽은 책 중 하나인 Peak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You can’t have your cake and eat it too”에서 cake의 대표적인 예시로 속독을 들 수 있을 텐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속독은 정말 난센스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양질의 지식을 처리하고 이해하고 저장하는데 속독은 정말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속독이 가능한 지식의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중요한 지식은 빠르게 읽어서 내 것으로 가질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모티머 J. 아들러는 그의 책 How to Read a Book에서 “모든 책은 너무 느리게 읽어서도, 또 너무 만족하지 못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정도로 빠르게 읽어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은, 각자의 현재 페이스(pace)대로 책을 읽되, 인지적인 노력을 통해 학습하는 속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들이는 것이다.

생산성을 높이고 싶고, 더 많이 하고 싶은 우리는 늘 책을 읽을 때도 어떻게 하면 더욱더 빠르게, 더욱더 많은 책을 읽어 더욱더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각자가 체감하는 속도가 다를 뿐, 책을 읽음으로 쌓아지는 지식은 한없이 깊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읽는 것. 많이 읽고 빨리 읽는 것은 한낱 껍데기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