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돈을 받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 돈을 받기 위해서 사업하는 건데, 제품이 덜 만들어졌다고 해서 돈을 받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스타트업들이 초반에 많이 하는 실수가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것은 빠르고 탄탄하게 성장하는데 생각보다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무료여서 유입된 사람들은 대개 고객이 아니라 유저다. 애초부터 돈을 낼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빠르게 매출을 내야 하는데, 무료로 풀어버리면 속도에 정체가 온다. ‘돈을 낼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을 모아서 나중에 지갑을 여는 사람들로 전환하자’는 안일한 생각이다.

두 번째 이유는 ‘무료’가 주는 인식 (perception)은 한번 닻을 내리면 다시 바꾸기 힘들다. 이미 사용자들의 머릿속에는 ‘무료’ 제품이라는 사실이 각인되어 있고, 갑자기 돈을 내라 하면 당연히 사용자들로부터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주위에 잘 아는 한 SaaS 스타트업이 사업 초반에 무료로 제품을 풀었다가, 후에 유료화 전환 후 사용자 잔존율이 3%대였다. 몇 년이 지나서 지금은 다행히도 호흡을 되찾았지만, 내 생각에는 처음부터 돈을 받았더라면 처음에 고생도 덜 했을 테고, 성장도 훨씬 더 빨랐을 것이다.

스타트업들이 열심히 만든 제품을 무료로 푸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섞여 있을 텐데,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만든 제품을 아무도 쓰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두려움일 것이다.

‘돈을 받고 팔면 아무도 써주지 않을까 봐’서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하면 ‘내가 정말로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다. 돈을 내고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시장이 당신의 제품을 필요로 하다는 얘기다. 공짜로 제공해야 사람들이 써줄 수준이라면, 제품을 시장에 런치 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 만들고 있는 미완성 제품을 돈을 받고 파는 방법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일화를 생각해보자. 그는 아이디어와 계획만 있었을 뿐, 조선업을 실제로 해본 사람도 아니었다. 영국의 자본가들에게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면서 그는 “우리는 1500년대에 이미 철갑선을 만들었습니다.”라고 얘기했다. 현대중공업은 오늘에도 여전히 수주잔량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주영이 보여줬다던 옛 500원짜리 지폐.

핵심은 정주영 회장이 한 것처럼 (그처럼 dramatic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이야기하는 것이다 (storytelling). 당신이 왜 이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고, 왜 이 제품을 만드는지에 대해서 잠재 고객에게 이야기하라. 터무니없고 뻔한 얘기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능한 세일즈맨은 좋은 이야기꾼이다. 좋은 이야기는 제품을 판다.

앞서서 말했듯, 사용자와 고객은 다르다. 사용자들, 잠재 고객들을 만나서 이렇게 물어라. “어떻게 하면 우리 제품의 고객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팔아라. 가격은 일단 얼마든 좋다. 아직 너무 초기여서 정해진 가격표가 없어도 괜찮다. 나중에 바꾸면 된다. 파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당신의 제품을 돈을 내고 사려고 한다면, 매우 좋은 시그널이다.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은 여기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프리미엄).

“그들에게 고객이 되어달라고 제안하세요. 돈을 달라고 하라고요. 딜을 클로즈 (close)하란 말입니다.”
“Ask for them for them to be customer. Ask for money. Go for the close.”
- Steli Efti, Founder & CEO of Close

Freemium 에 대해서

전략적으로 무료 티어/플랜을 제공하는 것은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Freemium은 전략적 선택이며, 초반 매출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대신 높은 사용량과 잔존율을 목표로 많은 양의 벤처캐피털 투자를 수혈받은 뒤 계속해서 공격적인 세일즈와 마케팅 활동을 통해 다음에 매출을 만들겠다는 선택이다.

보통 Freemium 모델에는 일정 사용량이 넘거나, 어떤 추가 프리미엄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만 한다. 이 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얘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