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문학이나 소설과는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지만, 하루키의 글을 통해 그가 소설가라는 직업을 대하는 태도,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 사람, 글, 문학에 대하여 정리한 생각들이 너무 감명 깊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하루키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 것처럼, 창업을 ‘하는 사람’을 내 직업으로 삼고 있고 스타트업을 만들어가면서 겪는 것들, 만들어 지는 생각들 등에 대해 글을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직업으로서의 창업가”라고 하면, 왠지 창업을 적어도 2번, 3번은 연쇄로 해봐야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창업이란 것은 한 번을 하든, 열 번을 하든 어려운 일이란 사실입니다. 현재 진행형 창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부분은 일론 머스크나 피터 티엘과 같은 연쇄적 창업가들 못지않게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2018년 11월부터 다른 두 사람의 공동창업자들과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 몇 개를 같이 시도해보면서 창업을 준비했고, 2019년 4월에 드디어 월마트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직업으로서의 창업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벌써 1년도 넘은 이야기네요.

또 제가 지금 창업을 하는 사람이지만, 인생은 절대적으로는 전혀 감도 못 잡는 긴 경주이기에 직장을 다시 구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습니다. 스타트업 하다가 망해서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는 오늘 스타트업들의 평균이니까요. 하지만 그 과정 역시 직업으로서의 창업가를 잘 말해주는 이야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창업을 하다 보면 다른 일을 하면서는 절대 겪을 수 없는 일들을 많이 겪습니다. 돈이 부족해 생존을 고민하는 일, 제품이나 서비스가 잘 팔리지 않아서 드는 고민, 어떤 행정적인 작고 미세한 실수 하나로 인해 발생하는 큰 리스크, 성장을 도울 적합한 투자자를 찾아 설득하고, 파트너로 만드는 일 등 — 창업가로서의 삶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에서는 겪기 어려운 일을 많이 겪습니다. 이런 얘기들을 정리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독자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면 어쩌면 나중에 여러 글을 엮어 책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작은 꿈도 갖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를 후원해주시는 모든 유료 독자분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직업으로서의 창업가” 연재는 그분들에게만 공개할 예정입니다.

제 글을 자주 읽으시는 독자라면 잘 알고 있을 테지만, 저는 이렇게 존댓말로 글을 쓰지 않습니다. 보통은 반말(?)로, 존댓말을 굳이 넣지 않아도 의미가 효율적으로 전달되므로 불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주로 1인칭으로 글을 쓰다 보니 독백, 혹은 일기와 같은 느낌을 내주기도 하고요. 이번 연재에서 존댓말을 쓰는 이유는, 우선은 이 연재를 쓸 생각을 하게 해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한글 번역본이 존댓말로 풀어져 쓰여있기 때문이고,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 연재는 제가 독자 여러분께 쓰는 편지 같이 읽히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어서입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는 이미 창업을 여러 번 하신 분도 계시고, 창업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도 계시고, 현재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운영하고 계신 분도 있습니다. 이분 모두에게 창업하는 동료로서, 선배로서, 후배로서 포괄적으로 제 생각을 잘 표현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연재가 제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 재미있고 유익한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7월 11일
서울에서 Chris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