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 Neal Armstrong

영화 First Man을 봤다. First Man은 1960년대 NASA가 진행한 달 착륙 미션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La La Land의 다미엔 샤젤이 감독을 맡고,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창업과 스타트업이 많이 생각났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실패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더 크게는 애초부터 ‘달에 간다는 것은 너무 허무맹랑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은 막연함 등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달에 간다는 것은 일론 머스크를 제외하면 창업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어렵고 숭고한 일이지만, 달에 가기까지의 힘든 과정은 아직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우리로서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다.

Deke Slayton: (영화 중 NASA 제미니 프로젝트를 이끄는 Deke의 대사)

대부분의 우주 탐사 미션에서 소련은 우리를 짓밟았다. 우리는 그들과 경쟁할 거리도 안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예 너무 어려운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다. 러시아 사람들도 해보지 않은 일, 그들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만큼 어려운 일, 그러니까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을 만들지 않으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 말이다.
The Soviets have beaten us at every single major space accomplishment. Our program couldn’t compete. So we’ve chosen to focus on a job so difficult, requiring so many technological developments, that the Russians are going to have to start from scratch, as will we.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10년 이내로 미국이 제일 먼저 달에 가겠다고 얘기했을 때, 미국은 물론이고 소련 역시 그저 지구 밖을 조금 벗어난 우주 탐사 프로젝트 정도만 가능했다. NASA가 도전한 달 착륙 프로젝트는 성공 직전까지도 수많은 야유와 비난을 받은 프로젝트기도 했다. 그게 되겠냐와 같은 비난과, 그 돈이면 지금 굶어 죽는 사람들 다 살릴 수 있다와 같은 야유까지 받았다.

What important truth do very few people agree with you on? — Peter Thiel

피터 티엘은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것 중에 당신만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바로 지금 올인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누구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애초부터 창업할 거리도 안 된다. NASA와 미국 정부가 설정한 달 착륙 탐사 미션은 바로 그런 아이디어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부정적이었고, 위에서 말했듯 멍청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계속되는 자기 의심 (self-doubt), 환경적인 어려움

달에 처음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에게는 NASA에서 달 착륙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함께한 동료들이 있었다. 그들중 상당수는 여러 미션을 수행하면서 사고로 사망했다. 영화 초기에는 그나마 밝은 모습들이 보였는데, 동료들이 모두 살아 있을 무렵에는 주말에 가족들이 전부 모여 바비큐 파티도 하고, 술도 마셨다. 그러나 점점 달 착륙이라는 거대한 목표에는 한 발치도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며, 그리고 동료들이 한둘씩 세상을 떠나며 그의 삶에 일상적인 행복과 웃음이 사라졌다.

그의 가족 역시 같이 고통을 겪었는데, 암스트롱의 아내인 잰 암스트롱은 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증세를 보였다. 닐 암스트롱이 탐사 미션을 나설 때면 잰은 라디오를 켜놓고 남편이 죽진 않을까 걱정하며 들었다. 미디어에서는 닐 암스트롱과 NASA를 비난하기 일쑤였다. 자금을 대는 상원의원들은 결과를 내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했다.

이 모든 어려움을 뚫고 암스트롱은 10년 만에 아폴로 11호에 탑승해 달로 떠나게 되는데, 그 과정마저도 보기 힘들었다. 주위에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 우리 팀, 여러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창업가들의 뒷이야기들이 생각나서 말이다. 슬랙(Slack)의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d Butterfield)는 지난날의 이야기를 회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응원하는 수많은 고객이 있었음에도, 저는 저 자신과 우리 제품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는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C) FT. Steward Butterfield, Co-Founder and CEO of Slack.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창업자의 relentless optimism을 칭송하고, 한 회사가 성공하고 나면 성공의 결과에서 출발해 성공 계기를 설명하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슬랙을 창업한 스튜어트 버터필드의 말처럼 아무리 성공한 창업자여도 매일 자신을 의심하기 마련이다. 모든 창업자에게 주어진 고민이고, 정말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의 고민은 그냥 인간의 본능적인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수십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Stripe의 창업자 형제인 Patrick, John Collison은 수십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지금까지도 불안해한다고 한 적이 있다.

Stripe cofounders John and Patrick Collison

성공의 규모와 상관없이 사람을 이끌어가는 리더와 가본 적 없는 길을 처음 가야 하는 개척자의 무게는 무겁다. 암스트롱의 이야기에서 나는 그 무게를 십분 느낄 수 있었다.

Visionary and a pessimist at the same time

창업자는 말도 안 될 만큼 허무맹랑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동시에 현실적으로 사업을 일궈낼 방법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슬랙을 창업한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이미 Flickr를 창업해 야후에 매각한 ‘성공한 창업자’였지만, 야후를 나와 다시 창업했을 때는 실패 직전의 창업자였다. 그가 새로운 게임을 만들며 제시한 비전은 설득력 있고 멋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가 내놓는 게임이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회사에는 자금이 충분히 있었고, 게임도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었지만, 그는 공동창업자들과 이사회와 논의한 뒤 피봇을 결정한다. 게임 사업이 안될 거라는 사실을 인정했고, 다른 것을 하기로 한다.

(C) Universal Pictures
We need to fail down here, so we don't fail up there.

영화에서 나온 명대사 중 하나다. 실험을 반복할수록 실패하면서 여론도 부정적으로 변해갔고, 자금을 대는 상원의원들도 결과를 내놓도록 압박하기 시작했다. 더는 실패하지 않아야겠다는 압박에도 암스트롱은 프로젝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스타트업 = 실패다. 실패를 반복해서 결국 성공에 도달하기 위한 요구 조건과 모멘텀을 찾는 것, 그게 스타트업의 제1순위 목표다. 닐 암스트롱이 이 대사를 하는 것을 보자마자 스타트업이 생각났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실패를 계속하는 것 외에는 성공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기억했다. 실패는 빠르고 가볍게 해야 한다. 그래야 실전에 이르렀을 때, 우주비행사의 목숨과 수천억 원의 비용을 치르지 않는 것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최첨단 정보과학기술을 만드는 집단이지만, 사실 안에서는 정말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C) Universal Pictures
Deke Slayton (NASA 제미니 프로젝트 책임자): 잰, 우리를 믿으세요.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Deke Slayton: Jan, you have to trust us. We’ve got this under control.
Janet Armstrong: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이 모든 프로토콜과 계획과 절차가 당신들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거라고요. 당신들은 애들끼리 나뭇조각으로 모형을 만드는 거나 다름없어 보여요!
Janet Armstrong (닐 암스트롱의 부인): No, you don’t. All these protocols and procedures to make it seem like you have it under control. But you’re a bunch of boys making models out of balsa wood. You don’t have anything under control!

씁쓸하지만, 겉으로는 화려하고,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는 스타트업일지라도 들춰보면 정말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신기할 정도로 심각한 회사들이 많다. NASA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달에 간다는 신념 하나로 온갖 기술을 다 개발하면서 우주비행사들의 안전과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장치 및 방법들은 하나도 없었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선에 탑승한 뒤 NASA엔지니어들이 우주비행사들의 안전벨트를 매면서]
NASA 엔지니어1: 누구 포켓 나이프 가지고 있나?
NASA 엔지니어2: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Dave Scott (우주비행사): 뭐라고? 방금 뭐라고 말했어?
NASA 엔지니어2: 이렇게 한번 하면 되는지 한번 봐봐.
NASA 엔지니어1: 포켓 나이프는?
NASA 엔지니어1: [고장 난 안전벨트를 고치면서] 이거만 조금…
Dave Scot (우주비행사): 포켓 나이프? 지금 장난쳐?
NASA 엔지니어1: 오 됐다!
[as they are being strapped into the spacecraft]
NASA Engineer #1: Does anybody got a Swiss Army knife?
NASA Engineer #2: Hold on, hold on a sec.
Dave Scott: What did you say?
NASA Engineer #2: See if this will do the trick.
NASA Engineer #1: A Swiss Army knife?
[as he tries to fix the seat strap]
NASA Engineer #1: Yeah. Yeah, yeah. It’s just a little…
Dave Scott: Are you kidding me?
NASA Engineer #1: There we go.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면, First Man을 꼭 보기를 권한다. 실패하는 게 디폴트인 스타트업은 시장 변화에 따른 빠른 대응과 어려움을 견디는 perseverance 만이 답이다. 스스로 계속해서 의심하면서도 (그래서 현실적으로 어떻게 성공할지 방법을 찾는)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확신을 하는 모순적 생각이야말로 초기 스타트업을 마침내 product market fit에 도달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