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은 사놓은 것 중에서 골라 읽는 게 좋다.

새 책을 살 때면 드는 기분이 있다. 집에 사놓고 열어보지도 않은 책들이 잔뜩 쌓여 있고, 눈앞에 있는 책은 사고 싶고, 할 때 죄책감이 들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새 책을 살 때마다 그 기분이 들었지만, 요새는 그게 무뎌져 오히려 좋은 책을 보면 별생각 없이 구매하곤 한다.

책을 사놓은 것 중에 골라 읽음으로 얻는 장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는 다음 책으로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에 대한 부담이 적어졌다는 것과 쌓여 있는 책을 보고 있으니 책 읽을 동기가 더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재밌거나 유익해 보여 구매한 책 중에서 또 골라서 읽다 보니 읽는 책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것을 느끼게 되었다. 집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책들을 보며 뿌듯함도 생기고, 언제나 읽을 책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기쁘기도 하다.

예전에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이 그의 저서 <책 잘 읽는 법>에서 책은 사놓고 읽지 않아도 최소한 집에 좋은 인테리어가 된다고 한 적이 있다. 맞는 말인 것 같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계획이다. 사실 새 책을 사는 것에 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잘 선택한 것 같고, 남들에게도 이런 “과소비적 독서”를 추천하고 다닌다. 내 서재에는 평생 읽지 않을 책들도 좀 있겠지만, 그런들 뭐 어떻겠나. 손님이 집에 오면 좋은 인상을 받을 테고 나는 한 번 선별한 책에서 읽을 책을 고르니 점점 더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을 테고. 책을 사는 것에 더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니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탐내는 욕구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2/ 롱텀 게임을 해야 하는 이유

Angelist 창업자 Naval Ravikant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Play long term games with long term people.

삶에서 우리가 얻는 좋은 것들은 모두 축적의 힘 (compound effect)으로부터 발생한다. 일상생활에서의 관계든, 일과 커리어든, 부와 명예든지 간에 좋은 것들은 장기간 축적됨으로 우리가 수확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경우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만들어야 열매를 맺는다.

사실 우리가 얻는 대부분 이익 대부분은 수확 시점에 발생한다 (스타트업 J-Curve, 인간관계, 투자, 교육 등 모든 노력이 그렇다). 가령 농사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열매를 맺는 시기는 늘 마지막에 있다. 투자도 합리적으로 10년 동안 계속 일정하게 한다 했을 때 이익률이 가장 높은 시기는 10년 차다.

인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법칙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지 않다고 한다. 당장 하루를 버텨내는 게 급하다 보니 인간의 본능은 단기적인 이익을 더 우선시한다고 한다. 우리는 장기적으로 축적의 힘을 빌려 일생에 좋은 것들을 많이 얻을 수 있음에도 단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작은 이익으로 대체(tradeoff)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자산을 구매하는 것보다 단기적인 즐거움을 주는 소비를 더 잘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바로 얻는 이익이 있어야 포지션을 유지할 동기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서 말했듯 인생에서 대부분의 이익은 끝자락에서 나오고, 바로바로 얻는 이익은 나중에 얻는 이익에 비해 매우 작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익이 큰데도 눈앞의 이익을 취하는데 바쁘다.

나는 이 관점을 커리어에 적용해보고 있다.

  • 단기적으로는 창업하거나 작은 조직에 들어가는 게 손해처럼 보일지 몰라도 (비교적 낮은 연봉, 비교적 부족한 복지지 혜택 등),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 한 업계에 짧게 있는 것보다 오랫동안 있는 게 더 이득인 이유는 업계 지식과 인적 자산은 축적되기 때문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 업계, 저 업계 돌아다니다 보면 축적 자산 없이 (인적 자산, 해당 업계에 대한 경험 등) 순전히 내가 개인적으로 갖는 명목상의 자산만으로 (예: 다른 업계에서 X 년 경험, 학위, 기본적 상식 등) 게임을 해야 한다. 따라서 업계를 옮겨 다니는 것보다는 한 업계를 골라 오래 몸담는 것이 중요하고, 자신의 시간을 오랫동안 투자해야 하므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업계를 고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테크 및 벤처 업계의 경우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축적할 만한 자산이 다양하면서 오랫동안 남아 있었을 때 기대수익이 크기 때문에 적합한 업계라고 생각한다.
  • 뭔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해서 이 사람, 저 사람 바꾸는 것보다 처음부터 같이 일할 사람에 대한 높은 기준을 확립하고, 한번 같이 일하기로 했으면 오랫동안 같이 일하는 게 훨씬 더 낫다. 그 이유는 동업의 경우 시간이 축적되면 될수록 서로 간의 신뢰가 쌓이고 어떻게 일해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함께 일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은 서로 간의 신뢰가 부족하기에 효율성을 추구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