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다양하고 좋은 책들을 읽어볼 기회가 있었고 그런 책들을 접할 수 있게 되어 참 감사했던 한 해였다. 올해도 손에 쥐었던 책들을 기록한 노션 테이블을 리뷰하고, 그중에서 나에게 의미가 컸던 책들을 8권을 골랐다. 순서와는 상관이 없다.

작년에 읽은 책 top 5는 여기에.

1. Peak

by Anders Ericsson

Peak (한글 제목 1만 시간 재발견)는 우리 회사에서 모두가 함께 읽은 책이다. 어떻게 하면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고 전문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다양하고 심층적인 연구 결과와 분석을 통해 제시한다. 개인적으로는 학습 방법과 자기 계발 (personal development)에 도움이 많이 된 책.

이 책의 핵심 내용은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어떤 분야든 누구든지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말콤 글래드웰의 책 Outlier는 잘못되었으며 인지적인 연습 (deliberate practice)만이 전문가를 만들어 내고 다만 전문가들이 최고의 수준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이 1만 시간 정도였음을 밝힌 연구 결과가 존재할 뿐임을 설명하는 것이다.

“What sets expert performers apart from everyone else is the quality and quantity of their mental representations.”

인지적 연습은 단순한 연습의 양만이 아닌 연습의 질과 수준을 매우 중요하게 보는 연습 방법이다. 인지적 연습은 크게 다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
  2. 연습할 때는 연습에 100% 집중한다.
  3. 부족한 부분 (혹은 불편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이때,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정도의 한계치를 지속적으로 건드리면서 훈련한다.
  4.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Deliberate practice is purposeful practice that knows where it is going and how to get there.”

재밌는 사실은 Peak의 저자인 에릭슨이 사실 글래드웰이 Outlier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의 근거로 제시한 연구를 했던 심리학자인데, 자신의 연구가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을 참지 못했던 것일까.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
Deep Work by Cal Newport

2. This is Marketing

by Seth Godin

마케팅 업계에서 유명한 인사인 세스 고딘이 새롭게 쓴 마케팅 책. 마케팅을 공부하거나 업무로 해봤던 사람이라면, 사실 This is Marketing (한글 제목 마케팅이다)에 새로운 내용은 전혀 없다.

그런데도 내가 이 책을 올해 내가 읽었던 최고의 책들 중 하나로 선택한 이유는, 어렵게 쓰자면 한없이 어려울 내용을 단순하고도 심도 있는 내용(dialogue)을 기반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마케터들, 인정하자. 우리가 머리로 알고 있고 실무로 하는 것들을 세스 고딘이 한 것처럼 쉽게 글로 쓰고 말로 풀어내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음을.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에 걸쳐 마케팅은 큰 영향력을 미친다. 마케팅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곧 비즈니스의 대부분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볼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한 분야다. 수천 억대의 스타트업들을 창업 및 매각을 했고, 여러 테크 기업의 이사회 멤버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있는 뉴욕대학교 교수인 스콧 갤로웨이는 며칠 전 자신의 뉴스레터에서 이런 말도 했다.

“I’m smarter than your average bear when it comes to marketing, so I’ve come to believe that makes me an expert on pretty much anything.”

모든 성공적인 마케팅의 시작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다. “제품을 만드는 것은 디자이너와 개발자, 기술자들이 하는 일 아니야?”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디자이너와 기술자들의 일이 제품을 만드는 것인 것만큼이나 마케터의 일도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아무도 드릴을 그냥 원하지는 않는다. 드릴로 벽에 뚫을 수 있는 구멍을 원한다. 그러나 아무도 구멍 자체를 원하지는 않는다. 구멍을 만듦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거실 벽에 달 수 있는 선반일 수 있다. 그러나 선반 역시 그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도구일 뿐, 사실은 선반에 물건들을 담아 집안을 깔끔하게 만들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다.

좋은 마케팅은 이처럼 사람들의 underlying 욕구를 끌어낸다. 나한테는 개인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끄름 만든 책이다. 왜 우리는 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객이 왜 우리 제품을 사야만 하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
Contagious by John Berger
Hooked by Nir Eyal

3. Remote

by Jason Fried and David Heinemeier Hansson

실리콘 밸리 탑티어 VC인 Redpoint Ventures의 매니징 디렉터 토마스 통구즈 (Tom Tunguz)가 2020년을 예견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distributed teams”이다. 바로 원격근무 기반의 회사들인데, 시대가 바뀌어 이제 원격근무가 기본 셋팅이고, 오프라인 미팅이 예외의 케이스가 되어간다.

"리모트가 기본이 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50명의 직원이 되기 전에는 리모트로 일할 것이다. 우리 투자사들에서도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리모트는 점점 더 비싸지는 생활비와 일을 더 잘하게 돕는 새로운 협업 도구들, 그리고 타지역 스타트업들의 성공으로 인해 더욱더 메인스트림이 될 것이다."
"Distributed becomes the norm. Most startups will be distributed (have several offices) before they reach 50 employees. Across our portfolio, we're seeing this. High costs of living plus modern collaboration tools, changing preferences, and startup success in other geographies push this trend into the mainstream."

원격근무 (remote working)를 거의 처음 시도하여 지금까지도 원격근무를 실행하고 있는 회사가 미국 시카고에 있는 Basecamp라는 회사인데, 이 회사의 파운더들이 Remote (한글 제목 사무실 따윈 필요 없어!)의 저자인 Jason Fried와 David Heinemeier Hansson (DHH)이다.

Remote는 Basecamp가 어떻게 모든 일을 원격으로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방법들을 모아놓은 에세이다. 우리 회사도 100% 리모트로 일하고 있다. 리모트로 일하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일하는 방식은 리모트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다. Question is, are you ready for it?

4. Radical Candor

by Kim Scott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한글로 읽었다.

한글 표지에 쓰여 있는 문구들이 상당 부분 책의 내용을 왜곡한다고 생각하는 게, “your work is shit”은 상당히 공격적인 말이고 이 말을 듣고 나서 기분이 나쁘지 않은 사람들은 없다. 책 내용의 일부분이긴 하지만 저자가 전달하려는 의도는 돌려 말하거나 저런 식으로 나쁘게 말하라는 것이 아니라, 솔직함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게,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라는 것인데 이 책을 집어 들면 보이는 저 문구 때문에 많은 사람이 책 내용을 좀 오해하고 있는 듯했다.

Radical Candor (한글 제목 실리콘 밸리의 팀장들)의 핵심 내용은 일에서 개인적인 감정과 개인사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과 좋은 보스가 되기 위해서는 팀장과 팀원의 사이에 개인적인 관계 (personal relationship)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태 많은 소위 HR 전문가들은 사적인 얘기와 감정적인 것들은 숨기고 공과 사를 구별하라고 조언해왔다. 책의 저자인 킴 스콧 (Kim Scott)은 구글과 애플 등의 기업에서 일하면서 어떤 보스가 더 좋은 보스인지, 어떻게 하면 좋은 보스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운 것을 토대로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HR 전문가들의 조언이 왜 틀렸는지 설명한다.

5. Inspired

by Marty Cagan

이베이(eBay)의 전 제품 총괄 책임자이자 현재는 실리콘밸리에서 제품 코칭과 컨설팅을 하는 마티 케이건의 책. 마티 케이건은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꽤 있는 편인데, 얼마 전에 한국에 방문해서 강연도 하고 갔다고 한다.

Inspired는 (한글 제목 인스파이어드)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즉 제품 관리를 (product management)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과 사례들을 모아놓은 에세이다. 마티가 이베이에서, 그리고 여태껏 실리콘밸리에 있는 많은 스타트업들과 테크 회사들에게 코칭 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들을 모아 두었다.

제품 관리자 (product manager)나 마케터 (product marketing manager)가 되고 싶다면, 혹은 더 나은 관리자/마케터가 되고 싶다면 계속해서 보면 좋은 책이다. 나도 벌써 두 번 정도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얻는 인사이트들이 다르다.

다만, 마티는 어쩌면 당연하게 product manager의 편이니, PM의 분야와 영향력을 임의로 키우려는 경향이 있다. PM의 영향력은 사실 사람마다 다르고, 팀마다 다르다. 잘하는 PM은 비즈니스와 기술팀의 중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PM은 비즈니스와 기술팀 중간에서 메신저에 지나지 않는다. 마티가 설명하는 PM의 영역은 순전히 PM이 만들기 나름이지, 처음부터 그렇게 넓고 깊다는 생각은 하면 안 된다.

전반적으로 글이 깔끔하고 깊은 인사이트가 많이 담겨 있어 다른 글에서 인용하기도 했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
Getting Real by Jason Fried and DHH
Shape Up by Jason Fried and DHH
Hooked by Nir Eyal

6. To Sell is Human

by Daniel Pink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파는 사람들이다. 좋든 싫든 우리는 매일 누군가에게 우리 자신을 팔고, 우리가 만드는 물건을 판다. 더 큰 관점에 놓고 보면, 누군가를 교육하는 것도 파는 일이고, 누군가의 병을 고치는 것도 파는 일이다. 우리는 세일즈하는 사람들이다. 세상에 있는 직업 중 세일즈를 하지 않는 직업은 이제 거의 없다.

표면적으로는 각기 다른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Engineer, Product Designer, Strategy, Investor, Business Development, etc.), 결국 설득을 통해 가치를 전달하고 그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세일즈를 하고 있다.

To Sell is Human (한글 제목 파는 것이 인간이다)은 이런 관점을 일깨워 준 고마운 책이다. 원래 나는 세일즈를 하는 것에 말을 잘해야 하고, 외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두려움도 있었고, 상대방을 suppress 함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나머지 꺼려지는 영역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책에서 나오는 연구 결과를 통해 새롭게 깨닫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외향적, 내향적인 중간에 있는 사람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사람’)과 정직한 사람들이 훨씬 더 세일즈를 잘한다는 것이었다.

또 세일즈는 2nd tier occupation이기도 하다고 (책에서도 나오지만, 세일즈는 지능이 부족한 사람들이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생각한 적도 있어서 “어렵지만/하기 싫지만 해야 한다” 정도로 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모두가 세일즈를 한다는 큰 틀의 새로운 프레임이 내가 갖고 있던 세일즈에 대한 반감을 많이 무너트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
Never Split the Difference by Chris Voss

7.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by 야마구치 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덴츠, BCG, AT Kearney 등을 거쳐 현재는 Korn Ferry Hay Group에서 시니어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Human Capital 영역의 컨설턴트가 쓴 철학 입문 도서다.

평소에 철학에 관심이 있어 어떻게 입문하면 좋을까 싶어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한국의 교보문고에서 집어 들게 된 책이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 문제를 두고 사용해볼 수 있는 생각의 방식 등 실제로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들을 유명한 철학자들의 50가지 사상에서 분석하고 설명해준다.

저자는 여태껏 무수히 쓰인 철학 입문서와는 구분될 수 있는 포인트 3가지를 잡았다.

  1. 목차를 시간 축으로 구성하지 않는다.
  2. 현실의 쓸모에 기초한다.
  3. 철학 이외의 영역도 다룬다.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공부하려다 포기하는 이유가 바로 대부분의 철학 서적은 시대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고대 철학이 아주 따분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대신 ‘사람’, ‘조직’, ‘사회’, ‘사고’ 이 4가지 틀로 50가지 사상을 그룹화해 엮었다.

또한 현실에 쓸모에 기초했다는 것은, 철학 사상의 중요성보다 저자 자신이 실감했던 유용성을 토대로 편집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대부분의 철학 입문서는 칸트의 사상을 다루지만, 저자는 다루지 않았다. 칸트의 철학은 너무 심오하고 대단해서 저자가 실생활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철학 이외의 내용도 다루는데, 경제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그리고 언어학에 관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나처럼 철학에 대해 알고 싶고, 실생활에 도움이 될지를 알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by 조훈현

8. 대부

by 마리오 푸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사람의 “최고의 명작”으로 여겨지는 영화 대부는 마리오 푸조의 소설 대부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도 영화 대부는 최고의 영화이고 코폴라 감독이 그린 영화의 미장센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래서 영화 대부의 뒷배경과 대부 세계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이 책을 접했는데, 영화에는 그려지지 않았던 세부적인 디테일들과 다른 스토리라인들이 합쳐져 훨씬 더 풍부하고 재밌는 스토리라인을 그린다.

개인적으로는 비토 코를레오네가 어떻게 자신의 조직과 사업을 궤도에 올릴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한 디테일이 영화를 통해서는 볼 수 없었기에 이 책이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비토 코를레오네의 주옥 같은 명언들이 두번, 세번 읽을 정도로 너무 와닿았다. 몇가지를 공유하자면,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을 겪어본 그는 남에게 부탁하는 일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위대한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위대한 게 아니다. 성장하면서 그렇게 만들어진다.”
“젊었을 때도 비토 코를레오네는 ‘상식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절대 위협을 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논리적이었기 때문에 상대가 거절할 수가 없었다. 또 언제나 상대방도 이익을 공유한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심어 줬고 어느 쪽도 손해나는 법이 없게 했다.”

영화 대부를 재밌게 봤다면 꼭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소설을 잘 읽지는 않지만, 1년에 3~4권 정도 읽는 편인데, 올해 이 작품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몇 안 되는 행운이었다.

같이 보면 좋을 영화:
대부 트릴로지